스타트업의 개발자 채용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은 누가 뭐라해도 채용이다.
개발자 채용이 특히 어려운데, 이미 채용한 직원을 붙잡아두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니어 개발자를 잘못 뽑았을 때다.
멀쩡히 돌아가던 개발팀이 폭파되고, 제품이 나락으로 갈 수 있다.
어떤 개발자를 뽑아야 할까?
시니어 개발자와 주니어 개발자는 서로 기대되는 역할이 다르다.
특히 스타트업의 시니어 개발자는 완성된 기업에 비해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시니어 개발자
1. 개발 역량
당연하게도 시니어 개발자는 스타트업의 제품 개발을 이끌어야 한다.
시니어의 개발 역량이 낮다면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하게 되고, 그것은 스타트업에게 치명적이다.
하지만 개발 경험이 없는 경영진이 개발 역량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검증된 시니어 개발자에게 소정의 보상을 지급하고 면접을 부탁한다.
여기서 검증된 시니어 개발자는 서비스 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개발 문화에 철학이 있는 개발자를 의미한다.
가급적 스타트업 경험이 있으면 좋고, 특히 스타트업에 근무 중이라면 부업으로 해줄 가능성이 높다.
주니어 개발자를 면접에 참여시킨다.
이미 채용한 주니어 개발자가 있다면, 면접에 참여시키도록 하자.
제대로 채용했다면 주니어 개발자는 성장에 목말라 있을 것이고, 좋은 시니어를 꿈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시니어 면접에 주니어를 참여시키고, 많이 질문하게 하고,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자.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 개발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채용한다.
유명한 기업 출신 개발자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대표님이 많은데, 당연하다.
투자를 받을 때 어필하기도 좋고, 이미 검증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업무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고 서비스 개발과 상관 없는 개발자도 많다.
대표적으로 내가 그 케이스였다. 네이버를 퇴사하고 창업을 준비할 때, 정말 막막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충분히 공부할 시간이 있었고, 그 때 공부한 걸로 지금 스타트업에서 먹고 살고 있다.
- 그런데 대표님들이 새로 채용한 시니어 개발자에게 충분히 공부할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까?
- 새로 입사한 시니어 개발자가 마음 편하게 한 달 정도를 공부만 할 수 있을까?
높은 확률로 시니어는 일단 작업을 시작하고, 엄청난 기술 부채를 쌓게 될 것이다.
꼭 업무로 서비스 개발 경험이 있을 필요는 없다. 개인 프로젝트라도, 서비스 개발을 해본 사람을 채용하자.
2. 인프라 관리 역량
스타트업은 대부분 AWS, GCP, Azure 등 클라우드를 이용하는데, 이게 올바르게 구축하기 꽤 까다롭다.
보안 설정, 네트워크 설정, 적합한 서비스 선정 등, 고려할 것은 많은데 자료는 부실하다.
파트타임으로 여러 스타트업에서 작업을 해보았는데,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곳은 20% 남짓이었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생길 수 있을까?
-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 보안이 뚫려서 엄청난 비용 폭탄을 맞는다.
- 보안이 뚫린 것도 아닌데, 그냥 비용 폭탄을 맞는다.
안타깝지만, 전부 실제로 있었던 사례들이다. (피해를 본 경영진들에게 직접 들었다.)
시니어 개발자 채용시 클라우드 인프라를 다룰 줄 안다면 좋고, 모른다면 충분히 공부할 시간을 제공하자.
(한 번만 제대로 구축하면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보안 및 추가 구축을 해야해서 공부할 게 많다.)
클라우드에서 비용 폭탄 한 번 잘못 맞으면 진짜 그대로 회사가 폭사할 수 있다.
3. 개발 문화 & 리더십
스타트업에서 시니어 개발자는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다.
개발 문화를 설정하고, 주니어 개발자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개발 문화가 나쁘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주니어들의 퇴사율이 확 올라간다.
경영진도 시니어 개발자가 올바른 개발 문화를 설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도록 하자.
또한 시니어 개발자가 타인에게 공격적이라면 경영진도 힘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힘들다.
만약 시니어를 힘들게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분위기를 망친다면 빠르게 쳐내야 한다.
주니어 개발자
우선, 주니어 개발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주니어 개발자에게도 많은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정적인 기업이라면 보통 두 가지만 보아도 충분하다.
- 기초를 탄탄하게 학습한 개발자인가.
-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개발자인가.
스타트업은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았는가.
주니어도 빠르게 실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은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다행히 요즘 주니어들은 공부도 정말 많이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한다. (리스펙...)
어차피 스타트업에게 시니어 채용은 어려우니, 초기에는 주니어들을 잘 뽑아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실제로 개발자 전원이 주니어인 구성으로 상당한 규모까지 성장한 스타트업도 보았다. (비용 폭탄은 맞았지만...)
게다가 요즘은 파트타임으로 시니어 개발자를 채용하는 플랫폼도 많이 생겼다.
초창기라면 주니어 개발자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파트타임 시니어를 채용하여 품질을 챙기는 것이 어떨까?
마치며...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줄이고 줄이다보니 뭔가 이빨 빠진 느낌의 엉성한 글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노션에 개발 문화 가이드를 작성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완성되면 블로그에도 링크를 올릴 예정이다.
상당히 주관적 경험에 편향된 가이드였지만, 혹시라도 도움을 받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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